“임대아파트 당첨 좋아했는데”…60대 남성 수급자의 ‘고독사’_포키다_krvip

“임대아파트 당첨 좋아했는데”…60대 남성 수급자의 ‘고독사’_포커를 위한 감성 지능_krvip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서 쌀 받는 모습을 봤죠. 최근에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아파트 당첨됐다고 좋아했어요."

서울 도심에서 또 고독사가 발생했습니다. 고독사 가운데 가장 많은 60대, 남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전형적' 고독사는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후암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살던 69살 남성 송 모 씨가 어제(10일) 정오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세입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집주인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현관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경찰은 소방서에 요청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집 안에서 송 씨는 누운 자세로 숨져있었습니다.

집 안에서는 텔레비전이 꺼지지 않은 채 켜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송 씨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텔레비전 속 누군가였습니다.


KBS 취재진이 집주인과 부동산 관계자, 마을 주민들, 후암동 주민센터 복지담당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송 씨는 고독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형적'이라는 건 그만큼 흔하다는 것이자 동시에 예견된 죽음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혼자 살고 무직이던 송 씨는 2014년부터 생계, 주거, 의료 등의 기초생활급여를 받아왔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송 씨에게 매달 생계비 55만 원, 주거비 7만 1천 원 등이 지원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집 보증금 6천만 원에서 본인부담금 일부를 빼면 대부분 지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송 씨가 지원을 받아 살던 집은 2층짜리 다가구주택의 2층이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외벽을 감싼 곳인데, 아늑한 '집'이라기 보다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송 씨는 2018년 10월부터 이 공간에서 살았는데, 최근 한 이웃 주민에게 "SH 임대아파트에 당첨돼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 집은 인근 부동산에 매물이 올라왔고,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부동산 관계자는 새 세입자를 데리고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송 씨는 임대아파트에 결국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8일 부동산 관계자가 송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주인에게 알렸고, 집주인도 지난 주말 사이 계속 연락이 안 되자 경찰에 신고했던 겁니다. 송 씨는 숨진 지 약 사흘 만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나마 부동산 문제 때문에 더 늦게 발견되는 걸 막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임대아파트 당첨' 소식을 전해 들은 한 주민 외에 다른 이웃은 송 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바로 아랫집 세입자는 " 이사 왔을 때만 봤고 그 이후에는 교류가 없었다. 교류하는 가족도 본 적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취재진에게 윗집 주민이 숨졌느냐며 되물어봤습니다.

이 동네 우체부도 "우편물을 배달한 적이 있는데, 아픈 것 같았다." 정도로만 송 씨를 기억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시 복지재단이 펴낸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를 보면, 고독사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65%였습니다. 나이는 6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50대와 70대가 각각 19%였습니다. 60대 이상이 전체의 74%를 차지했습니다. 또 고독사 가구의 96%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습니다.

사망했을 때 돌봄체계에서 관리받은 건은 전체의 38%에 불과했으며, 자신이 신체적으로 아프거나 생계가 어렵거나 외로움을 겪는 등 문제가 있었더라도 80%는 이를 '호소'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경찰은 송 씨에게 외상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 씨는 기관지가 좋지 않았는데 평소 앓던 질환이 악화해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용산구청이 무연고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3,052명이었습니다.